1. 싱가포르 투자사 ‘3D 인베스트먼트’가 스퀘어에닉스의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는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2. HD 게임 투자 수익률이 시중 은행 금리 수준인 4%대까지 추락했으며, 모바일 게임 평균 수명은 1.3년에 불과함이 드러났습니다.
3. 캡콤 대비 7배의 마케팅 비용을 쓰고도 매출은 절반에 그치는 비효율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멀티 플랫폼 전략이 제안되었습니다.
한때 ‘파이널 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게임 명가, 스퀘어에닉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습니다. 단순히 신작 게임의 재미 여부를 떠나, 회사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싱가포르의 행동주의 펀드 ‘3D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가 공개한 분석 자료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정밀한 경영 진단서에 가깝습니다. PM 관점에서 이 자료를 뜯어보니, 거대 기업이 빠지기 쉬운 ‘대기업병’의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가 지적한 스퀘어에닉스의 치명적인 문제점과 회생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정리해 드립니다.

주주가 던진 100페이지짜리 경고장
이 사태의 발단은 2025년 9월, 스퀘어에닉스 주식 약 14%를 보유한 대주주 ‘3D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투자사는 경영진에게 수익성과 자본 효율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문제없다’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소통의 부재를 느낀 투자사는 결국 12월 8일, 그동안 분석한 자료를 일반에 공개하며 경영진에 대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감행했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단기적인 주가 부양을 노리는 ‘기업 사냥꾼’의 어조와는 다릅니다. 과거 업계를 선도하던 스퀘어 시절의 영광을 기억하는 팬심이 묻어나는 동시에, 현재 경영진이 직면한 과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담겨 있습니다. ‘적대적 M&A’를 위한 명분 쌓기라기보다는, 회사의 가치와 잠재력을 되살리려는 고강도 처방전에 가깝습니다. 주주들이 보기에 지금의 스퀘어에닉스는 멈춰 있는 공룡과 다름없었던 것입니다.

숫자로 증명된 참담한 투자 성적표
보고서가 제시한 데이터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바로 투자 효율성입니다. 콘솔과 PC를 포함한 HD 게임 부문의 투자 수익률(ROI)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으며, 심지어 4% 수준까지 떨어진 시점도 존재합니다.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해 리스크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은행 기업 예금에 돈을 넣어두는 편이 나을 정도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경쟁사들이 20% 후반을 달성할 때 10% 중반에 머물며 자본 비용조차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모바일 게임(SD) 사업부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종료되거나 종료 예정인 타이틀만 17개에 달하며, 이들의 평균 서비스 기간은 고작 1.3년이었습니다. 출시 후 1년 내에 데이터를 쌓아 장기 운영 로드맵을 그려야 하는 모바일 비즈니스 생리를 고려하면, 기획 단계부터 실패한 프로젝트를 양산했다는 뜻이 됩니다. 얼리 액세스만 진행하고 접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개발비만 쓰고 매출은 ‘0’인 프로젝트가 수두룩하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되었습니다.
캡콤과 비교되는 비효율의 극치
3D 인베스트먼트는 경쟁사인 ‘캡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스퀘어에닉스의 비효율을 적나라하게 꼬집었습니다. 캡콤이 ‘몬스터 헌터’ 시리즈 등을 통해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스퀘어에닉스는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계약 등에 묶여 스팀(Steam) 시장 점유율 70%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판매 잠재력을 스스로 제한한 탓에 마케팅 비용 대비 효율(CPI)은 바닥을 쳤습니다.
데이터를 뜯어보면 격차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스퀘어에닉스는 게임 하나당 마케팅 비용을 캡콤 대비 약 7배나 쏟아붓고도, 매출은 캡콤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포스포큰(Forspoken)’의 경우, 타이틀 1개 판매당 홍보비가 무려 3,000엔을 넘겼습니다. 9,900엔짜리 게임을 팔면서 가격의 3분의 1을 광고비로 태운 셈입니다. ‘홍보의 명가’라는 옛 명성은 사라지고, ‘돈 먹는 하마’식 마케팅만 남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게이머와 주주가 모두 원하는 해결책
투자사는 문제 지적에 그치지 않고 게이머들도 공감할 만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독점 전략 폐기’와 ‘철저한 기획 검증’입니다. PC 동시 출시를 늘려 판매량을 확보하고, 기획 단계에서 타깃과 품질을 확실히 검증해 ‘바빌론즈 폴’ 같은 미완성작 출시를 막으라는 요구입니다. 막연한 신사업 확장이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 같은 핵심 IP에 재투자하거나, 차라리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환원하라는 ‘자본 배분’의 재설정도 포함되었습니다.
경영진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Reboots(재시동)’, ‘고도화’ 같은 추상적인 용어 사용 금지령도 내려졌습니다. 실패를 포장하는 마케팅 용어 대신 구체적인 숫자와 실행 계획(KPI)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키류 사장 취임 이후 개발 파이프라인 재검토를 통해 약 221억 엔의 손실을 털어낸 바 있으나, 보고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믿었던 출판 사업마저 흔들리다
흔히 ‘게임이 망해도 만화가 먹여 살린다’는 통설이 있었지만, 이번 보고서는 그 믿음마저 산산조각 냈습니다. 스퀘어에닉스의 출판 사업 성장률이 일본 전체 만화 시장 성장세나 경쟁사 카도카와(KADOKAWA)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호황기에 편승했을 뿐, 능동적인 트렌드 리딩 능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입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가짓수만 늘렸지, 실속 있는 히트작 발굴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 공개 직후 3D 인베스트먼트는 지분을 16%대까지 늘리며 경영 개입 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일본 기업 풍토상 15~20%의 지분은 이사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결국 이 보고서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경영진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외부의 힘으로라도 바꾸겠다는 최후통첩인 셈입니다.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 충격 요법이 ‘거인의 부활’을 이끄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요약: 독점작 고집과 방만한 기획이 수익성 악화의 주범입니다. 주주들은 구체적 수치 기반의 경영 쇄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언: 어설픈 신작보다 검증된 명작의 제대로 된 리메이크와 PC 플랫폼 확장이 생존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주주 서한 및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를 권유하는 목적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